해외여행

발리 여행(15) | 여섯째 날 - 르네상스 울루와투 리조트 조식, 인피니티 풀(아쿠아로빅), 허니문 케이크, 짐바란 선셋, 발리끄

블로그 하는 으노 2024. 7. 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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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7일부터 7월 14일까지의 신혼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7월 12일

르네상스 울루와투 리조트 조식

호텔 조식

르네상스 울루와투 리조트의 조식은 훌륭했다. 인피니티 풀 옆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음식의 구성도 좋았고 풀 옆에 있는 개방감도 좋았다. 발리에서 좋았던 게 있다면 식당의 개방감이었다. 우리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하거나 겨울의 추위가 있는 나라가 아니어서 그런지 창을 크게 내고 굳이 유리창을 만들지 않아 경치를 보며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게 참 좋더라. 아 혹시 천식이 있거나 간접흡연이 괴로운 사람들은 참고할 것이, 발리는 어디에서나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한다. 에어컨이 있고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면. 동부 투어에 동행했던 가이드가 그랬다.
맛있는 것은 금세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 사진이 없지만 가볍게 먹겠다는 다짐을 이틀이나 무너뜨릴 만큼 잘 먹었다. 처음에 음료부터 차, 커피, 라떼 중 고르면 직원이 가져다주고, 뷔페식으로 음식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양식, 인도네시아식, 과일, 빵 다양하게 있는데, 중간에 오늘의 스페셜도 갖다 주니 꼭 드셔보시길. 특히 빵코너에 가면 크레페를 만들어주는 코너가 있는데, 토핑과 잼을 고르면 만들어서 가져다준다. (추천도: 크레페-대추천)

인피니티 풀(아쿠아로빅)

수영아쿠아로빅
왼쪽은 수영을 잘하는 척하는 나. 오른쪽은 아쿠아로빅을 하는 나.

오전에는 수영을 하기로 했다. 여행 일정의 절반을 수영을 못해 원없이 수영하자고. 짝꿍은 수영을 잘한다. 나는 근 15년 만에 수영을 하려니 하나도 안 되더라. 짝꿍한테 배워도 못한다. 그래서 잘하는 척만 했다.
수영을 좀 하고 있자니 래시 가드를 멋드러지게 입은 사람이 아쿠아로빅을 할 거니까 참여하라고 미소를 짓는다. 기꺼이 참여해 줬는데, 울루와투 리조트에서 가장 즐거웠던 프로그램이었다. 예약된 프로그램이 아니고 그냥 풀에 놀고 있던 사람 아무나 불러서 했는데, 아시아 사람 서양 사람 가릴 것 없이 참여해서 깔깔대며 했다. 뚱뚱한 아주머니는 자꾸 투덜거리면서 끝내달라고 하고, 열정적인 아시아 청년은 자꾸 없는 동작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에는 생면부지인 외국인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로 마무리.

메뉴판칵테일

수영을 실컷 하고 허기가 져 무언가 시켜먹기로. 나 이런 거 처음 해봐. 무슨 크로켓 하고 칵테일 먹었다. 맛있는 과일 에이드 같아. 이제 좀 쉬다가 비치 클럽을 가기로 했는데...

허니문 케이크

케이크비치클럽
왼쪽은 짝꿍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허니문 케이크. 오른쪽은 각고의 노력으로도 얻지 못한 루스터피시 비치클럽.

포기했던 허니문 케이크를 먹게 됐다. 어찌된 영문인고 하면,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루스터피시 비치클럽을 가려고 했는데 셔틀 예약이 필요한 듯하여 0번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저녁에 가서 선셋을 보며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셔틀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은 또 비치 클럽을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하고 마감했다는 것.(루스터피시 비치클럽은 매일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리조트의 어떤 운영상의 이유가 있을 수는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내용들을 메일로나, 체크인 과정에나 한 번도 고지받은 적이 없다는 것. 그래서 '너희들이 고지해주지 않은 일정으로 인해 우리 여행 일정을 계획대로 이행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허니문 케이크도 받지 못했다.'라는 내용의 피드백을 제공했더니.
케이크가 올라왔다. 케이크 대존맛.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케이크가 맛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기에 다 먹어버렸다. 사과하고 싶다며 매니저도 올라왔다. 리조트에서 그래도 직급이 높은 사람인 듯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어디 가냐'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너희들이 가는 곳에 데려다줄까 한다.'라고 했다. 우리는 체크아웃하고 비행기 타기 전에 꾸따의 비치워크를 갈 생각이었고 이미 짐배송 서비스도 다 클룩으로 예약했던 터라, 엄청 메리트 있는 보상안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렇게 부탁한다고 하고 마무리지었다. 이제 싹 비어버린 저녁 일정이 문제.

짐바란 선셋

착 가라앉은 기분이야 어쩔 수 없고, 여행을 또 여행답게 할 일정을 만들고자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울루와투에서 30분 거리에 짐바란이 있는데 짐바란 해변의 선셋을 보며 먹는 씨푸드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확인하고 목적지를 결정했다. 그런데 씨푸드가 대환장의 바가지라는 평이 많더라. 그래서 선셋만 보고 근처 괜찮은 식당에서 밥을 먹자 했다.
아, 그런데 그랩이 잡히지를 않았다. 리조트가 워낙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탓인지 그랩을 잡는 데 여러번 실패했다. 그냥 수영이나 하고 음식은 배달시켜 먹을까, 리조트에 택시를 불러달라 할까 하다가 겨우 30분 만에 그랩이 잡혔다. 일몰까지 시간이 얼추 다 됐는데 대충 시간이 될 것도 같고 해서 일단 출발. 평소에는 분노의 질주를 하는 드라이버들만 있었는데 왜 하필 이런 때는 또 비폭력 불복종 비둘기 같은 드라이버가 잡힌 것일까. 우리는 드라이버가 튼 경음악을 들으며 시계와 하늘을 번갈아 보며 조급해했다. 차는 또 왜 이리 막히는지. 

선셋, 나선셋, 짝꿍
그래도 마음을 풀어주는 바다와 노을진 하늘.

분명히 지도에는 왼쪽으로 블록을 하나 건너 가면 해변인 것 같은데 빠지는 길이 없다. 일몰 시간은 지나버렸고, 겨우 나타난 모래 사장을 보고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해는 가버리고 안 보였지만 그래도 노을이 있었는데 사진 남기며 어제오늘 아쉬웠던 마음을 좀 달랬다.
해변을 따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씨푸드를 드르륵칵을 깔아 놓고 먹고 있는데 여기도 호객 지옥이다. 우리는 바가지를 피해 식당에 가서 맛난 것을 먹겠다.

발리끄(Balique)

발리끄

해변에서 나와서 한참을 걸었다. 2~30분은 걸은 것 같은데, 진짜 도로와 인도가 만만치 않다. 계속 주요 관광지를 그랩을 타고 이동만 했어서 어두운 골목을 걷는 것도 기분이 생경했는데, 오도바이 타는 동네 일진들이 내가 떨어뜨린 선글라스를 주워줬다. 일진마저 친절한 발리. 여행 직전에 산 새 선글라스인데 말이야. 참 다행이야.

우리는 양식을 하는 발리끄로 향했다. 식당이 예쁘긴 한데 실링 팬이 엄청나다. 예약을 걸었다가 다른 데를 갈까 고민하면서 취소했는데 결국 발리끄로 갔다. 손님들이 많았는데, 두 사람이 앉을자리가 없어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회의를 했다. 테라스 자리 앉겠냐고 물어봤다가 우리가 벌레가 무서워서 안에 있고 싶다 했더니 대가족이 앉을 법한 8인 식탁을 세팅해 줬다. 우리는 길고 긴 식탁 귀퉁이에 앉아 주문을 했다.

스테이크파스타

우리가 먹은 것은 요것들. 메뉴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적어둘걸. 몰라 맛있었음. (추천도: 발리끄 - 추천)
돌아가는 길에는 그랩이 금방 잡히더라. 그런데 드라이버가 인사도 안 받고 인사도 안 해주고 무서웠음. 운전도 아주 거센 사람이었는데, 그래. 이게 발리지. 짝꿍은 몸도 마음도 고단했는지 이리저리 휘청이는 차에서도 곯아떨어졌다. 내가 결혼을 하면 이 친구랑 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는, 너무너무 계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을 어려워하는 사람인데, 나와 함께 다니는 여행에서 계획이 틀어지고 즉흥적인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결국은 즐거웠다고 이야기해 주는 친구이다. 정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함께 여행을 가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게 시작된 길고 긴 여행이 늘 계획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머리를 맞대고 이리로 저리로 다녀보자. 그러다가 결국은 즐거웠다고 또 지나간 이야기들을 서랍장에서 하나씩 꺼내는, 그런 매일이 발리에서 돌아가서도 이어지길. 고생했다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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