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영화 리뷰 | 서울의 봄(2023). 현실에서도 스크린 너머에서도 결국은 오지 않았던 서울의 봄에 대하여.

블로그 하는 으노 2024. 7.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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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니까 스포가 있다.


서울의 봄 포스터

  전두환이 어떻게 권력을 찬탈해 가는지에 대해 다룬 영화로, 영화로써는 12.12 사태에 대해 그린 첫 영화라고 한다. 극의 중심인물의 모티브인 전두환과 노태우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천만돌파 단독영화라고 한다.

역사 영화

전두광

  역사 영화를 볼 때 청중은 단순한 영화의 관람객이 아니라, 역사의 중심에 선 누군가의 관점에서 지나온 역사적 사건의 드러난 부분과 감추어진 부분을 비평하며 관람하게 된다. 잘 만들어진 역사 영화는 너무 사실적이지도 지나치게 극적이지도 않은 팩트와 픽션의 중간 어디쯤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서울의 봄은 한 마디 사과 없이 가버린 사람, 전두환이라는 인물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극대화하는 영화. 때문에 각색된 인물 묘사나 개연성이 있겠으나 그 시대를 견뎌온 사람들의 애환과 안타까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서울의 봄

시민 시위

  1979년 10월 26일 18년간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박정희가 서거하고서 사람들은 민주화의 꿈에 부풀었다.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군인 출신의 정치 개입을 견제하고, 학원의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다. 독재로 얼어붙었던 서울의 겨울이 지나가고 민주화의 꿈이 움트는 봄이 된 것이다. 그러나 1980년 5월 18일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가 광주의 민주화 운동을 짓밟으며 국가 권력을 찬탈했다. 시민들이 열망하던 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

전두광

하나회
전두환과 하나회


  극중에서 전두환은 전두광으로 이름하였다. 아무래도 명예훼손의 문제 때문에 안전장치를 둔 것인데, 그만큼 전두광의 악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10.26 사태로 인해 중앙정보부장이 공석이 되었고 보안사령부의 수장이었던 전두광은 대통령 암살 사건의 합동수사본부장까지 겸임하게 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위계와 절차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며 자신의 뜻대로 수사를 주무르고 언론을 통제한다. 자신을 견제하고 좌천시키려는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상호를 끌어내리고자 벌인 반란 모의가 영화의 이야기이다.

  서울의 봄 영화 개봉 당시 마케팅인지, 관람한 사람들이 답답함에 심장이 두근거려 울려댄 애플워치를 여기저기 간증하기에 이르렀는데, 전두광 한 사람의 악랄함 때문이 아니라 그 주변의 하나회와 우유부단한 군인들 때문이었다. 목적이 분명하고 기대도 없는 전두광보다 의뭉스럽기 짝이 없고 이익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블랙 코미디가 만평을 보는 듯하다. 김일성이가 오건 말건 상관의 명령에 따라 총칼을 휘두르는 의지 없는 군인들의 모습은 권력에 깃든 군사독재의 무력함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잠옷 바람으로 일신을 지키겠다고 뛰어다닌 국방부 장관은 화룡정점. 

  나는 역사를 잘 모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았기에 어떤 인물인지 어떤 시대였는지 잘 몰라 매체를 통해 배울 뿐이다. 다만, '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독재자 박정희와 달리, 그에 대한 평가에는 쿠데타라던지, 학살이라던지, 거짓말이라던지 그런 말들만 따라 다닌다는 것을 안다. 10.26 사태를 다룬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의 말미에 박정희의 금고를 털어가는 좀도둑이 있는데, 이 역시도 전두환을 묘사한 것이다. 왜 그는 사과 한 마디 없이 갔을까. 군홧발에 짓밟혀 죽은 사람들은, 광주의 시민들은 갈 곳을 잃은 원한을 풀 도리가 없다.

감상평

전두광

  아이러니한 것은 이 영화에서 그려낸 것은 제목으로 붙인 서울의 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시민들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전두환이라는 인물의 권력에 대한 야욕과 그 찬탈 과정만을 그리고 있다. 전두광이라는 인물에 대해 관객이 갖게 된 갈증과 갈등을 조금도 해소해 주지 않는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꿈꿀 수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크린 너머의 우리라고는 신경도 쓰지 않고 권력의 정점을 향해 다가가는 전두광을 그려내며,  그때의 시민들이 품었던 본질적인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고뇌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아닐까. '서울의 봄', 그 본질은 그 시기의 일련의 사건들이 아니라, 길고 길었던 독재의 겨울이 지나 민주화를 꿈꾸던 시민들의 열망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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