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영화 리뷰 |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 그 시절 슬램덩크 안 본 사람 있냐구. 없다구.

블로그 하는 으노 2024. 7.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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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니까 스포가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2023년 1월에 국내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명작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이다. 96년 단행본의 완결 이후 몇 번의 극장판 개봉이 있었지만 원작자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첫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슬램덩크

  스포츠 만화의 바이블. 현대까지 수많은 스포츠 만화가 만들어졌지만, 보고 있자면 슬램덩크가 떠오르고 슬램덩크와 비교하고 또다시 슬램덩크를 보고 싶게 만든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게 되고, 그 길로 농구코트로 향하게 되는 만화.

  농구에 문외한이었던 강백호가 어떠한 계기로 북산고 농구부의 일원이 되고 전국대회에 까지 참가하게 되는 성장 스토리. 독자는 농구 초짜 강백호의 시선이 되어 함께 농구를 배울 뿐 아니라 문제아에서 스포츠맨이 되어가는 백호를 보며 함께 성장해 간다. 백호 외에도 독자가 자신을 투영할 만한 여러 인물이 있고 저마다 다른 캐릭터 성이 부여되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실적인 작화와 극적인 연출, 지금도 회자되며 무수한 짤로 남은 명장면과 명대사, 미완의 완결이 오히려 완벽한 결말이 되어 명작으로 남은 슬램덩크. 특히 이 미완의 완결은 당시 기준으로 모든 소년만화의 '왕도형 스토리'에 어긋난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슬램덩크의 뒷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송태섭

송태섭

  슬램덩크라는 만화의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인공은 백호이지만, 사람마다 매력을 느끼는 인물은 다 다르다.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하기보다는 농구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능력과 역량에 초점을 맞춘 연출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점차 북산고 농구부 자체를 주인공으로 여기게 된다. 농구 천재 강백호, 고릴라 주장 채치수, 슈퍼 루키 서태웅, 불꽃 남자 정대만, No.1 가드 송태섭, 비로소 다섯 명이 주전이 된 북산고의 성공과 실패에 동고동락하게 된다.

  송태섭은 원작에서 다른 네 명의 인물보다 캐릭터성이 옅었는데 이번 극장판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송태섭의 과거와 가족의 이야기, No.1 가드가 되어가는 농구 선수로서의 성장 이야기, 북산의 차기 주장감으로서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냈다.

산왕전

산왕공고

  작중의 현재 시점은 전국대회 32강 산왕전. 산왕공고는 전국대회 3년 연속 우승팀이다. 게다가 작중 시점의 산왕공고는 역대 최고 전력으로 손꼽힐 정도. 대회 경험이 적고 선수층이 얇은 북산고는 언더독의 입지를 갖고 산왕공고에 도전한다.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배경이 산왕전이라는 데 열광했다. 최악의 열세를 뒤집고 주인공들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 극적인 승리하는 쾌감이나, 이후에 허무하게 16강 전에서 탈락하고 찝찝한 완결을 맺으며 남은 짙은 여운 때문일 것이다.

감상평

서태웅 강백호 하이파이브

  원작자가 만화책에서 어떤 연출을 해왔는지를 안다면 극장판에서의 연출을 보며 또다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 서사와 현실적인 작화에 또 슬램덩크를 들춰보고 싶다. 달라진 주인공의 시점으로 담백하게 덜어낸 명장면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시합종료 순간의 역전 장면에서는 숨소리도 참아야 했으나, 쿵쾅거리며 요동하는 고요한 역동감을 경험한다. 커다란 TV가 생겨 뒤늦게 이제야 OTT로 본 것이 아쉬우나, 왜 그렇게들 아저씨들이 열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작년 겨울의 영화.

  나는 뚱뚱하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슬램덩크로 농구를 알게 됐다. 농구공을 들고 혼자 운동장에 뛰어가  '높이 뛰어올라 두고 온다'며 레이업 슛을 연습한다던지, '불꽃 남자 정대만'을 외치며 3점 슛을 날려본다던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운동을 좋아하게 됐는데, 나이가 드니 여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학원폭력물로 시작되는 만화를 보며 한편으로는 '요즘 세상에 대한민국이면 저녀석들 성공할 수가 없겠구먼'하는 것 또한 나이테인가.

  이제는 슬램덩크의 미완의 완결이 얼마나 훌륭한 완결인가 이해하기에,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원작의 내용을 재구조화한 영화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또 이마저도 남다른 만화의 지평을 연 슬램덩크 다운 후속 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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